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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ebling | 독일 일상/독일에서 살아가기

독일에서 살아남기 7. 석회수 싸움의 결판은 결국 이사가 답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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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이 유명한 곳은 석회수 문제*Kalk 가 항상 뒤따라오기 마련이다. 뷔르츠부르크는 성을 둘러싼 낮은 산등성이를 따라 와인 밭이 쫘악-펼쳐져 있어 여름에는 그 싱그러움이 관광객들의 눈을 사로잡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주민으로서의 고충은 바로 석회수, 즉 물에서 시작된다. 

몸에 무해하다고들 주장하지만, 모르긴 몰라도 석회가 몸에 몇 년, 길게는 몇 십년 알게 모르게 축적될 수 있다는 그 가능성을 생각하면 우려될 수밖에 없는 일이기도 하다.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모르기 때문에 피하고 싶은 사람의 심리랄까. 옛날 옛적에 바다였다는 뷔르츠부르크에서 조개 화석을 발견하는 건 부지기수라고도 할 정도라는데, 그에 비례해서 뷔르츠부르크의 수질 다시 말해 물에 포함된 석회수 양은 상당하다. 물론 긍정적인 면을 꼽자면 칼슘이나 마그네슘과 같은 주요 미네랄이 풍부하여 식수만으로 뼈와 치아에 좋은 성분을 어느 정도 충당할 수 있다는 점이 있다.

물의 경도(Wasserhärte: 물 1 L에 녹아있는 칼슘과 마그네슘의 양을 수치화한 값)를 나누는 기준이 별도로 있는데, 0 - 7 도는 독일 물의 경도(dH; deutsche Härte)에 따라 연수(weiches Wasser), 14 - 21도는 경수(hartes Wasser)라고 구분된다. 그런 와중에 뷔르츠부르크의 물은 약 25 - 45 정도에 위치한다고 하니 얼마나 칼슘과 마그네슘 함량이 높은지 짐작해볼 수 있다.

Bei 0 bis 7 Grad deutscher Härte (dH) Härtebereich I (0 bis 1,3 Millimol Calciumoxid pro Liter) spricht man von weichem Wasser. Bei 14 bis 21 Grad dH -Härtebereich III (2,5 bis 3,8 Millimol Calciumoxid pro Liter) spricht man von hartem Wasser. (출처: https://www.verbraucherzentrale.de/)

 

일상생활에서 석회수와의 싸움은 지리멸렬한 싸움인데, 특히 커피 머신이나 전기물 포트기, 샤워기/수도꼭지 등 물을 사용하는 곳이라면 언제나 석회를 눈여겨봐야 한다. 정기적으로 제거하지 않으면 기계 수명은 2-3년은 차치하고 아예 처음부터 좋은 제품을 들이고 싶어지지 않아지기도 한다. 또한 수도꼭지나 타일 부분의 석회를 잘 제거하지 않으면 하얗게 되거나 모래알처럼 버석버석거리는 침전물이 생기게 되고, 또한 이사 나갈 시에 거주자의 문제가 되기 때문에 이 또한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석회수와 싸우기 1. 식초/구연산 이용하기

수도꼭지와 같은 부분을 청소할 때는 석회수를 제거하는 청소용품을 사서 사용하면 된다. 그러나 직접적으로 입이나 몸에 닿게 되는 부분은 되도록이면 독일의 강한 식초를 이용하는 편을 추천한다. 열심히 씻어낸다고 해도 잔여물이 남을 수 있기 때문에, 식초/빙초산의 시큼한 냄새를 잠깐 참는게 나을 거 같다. 전기 포트기 또한 어쩔 수 없이 식초와 물을 섞거나, 레몬과 같은 식용 가능한 산성 성분이 포함된 것을 사용해 끓여서 제거한다. 

특히 거울이나 세면대, 수도꼭지에 남아있는 석회 침전물은 일명 매직블럭(Magische Schwämme/Magic Schmutzradierer)으로 불리는 하얀 스펀지를 사용하면 더 쉽게 제거할 수 있다. 수도꼭지 앞 부분에도 역시나 침전물이 말라붙게 되는데, 식초를 담은 봉지로 앞을 막아 고무줄로 묶어 두고 1-2시간 후에 닦아내면 된다.

석회수와 싸우기 2. 브리타 사용하기 

사실 브리타(Brita)를 으레 사용하고 있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석회가 완전히 걸러지는 것은 아니다. 커피포트같은데 석회 가득한 물을 넣고 싶지 않아 브리타로 한 번 거른 다음에 물을 끓이지만, 그렇게 하더라도 몇 번 사용하다 보면 기계에 석회 잔여물이 쌓이는 걸 볼 수 있다. 때문에 주기적으로 기계들을 청소해야 하는 것이다. 주기적으로 브리타 필터를 교체해야 하는 비용도 만만치 않지만 모든 기계를 버릴 순 없으니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맘 편하자고 하는 일이다.

풍부한 미네랄 섭취를 위해 수돗물을 그냥 먹는 걸 선호하는 독일인들이 많은데, 물 맛이 별로인 탓에 슈퍼마켓에서 식수용 물을 구매해서 먹는 것이 속이 편하다. 가령 끓여먹는 물은 물 맛이 별로여도 되니 저렴한 물로, 일상 생활 식수용 물은 좀 더 미네랄이 들어가 있거나 목 넘김이 좋은 물을 골라 마신다.

 

석회수와 싸우기 3. 샤워기 필터 사용하기

머리카락 길이가 긴 사람이라면 공감할 것이다. 머리를 감고나면 얼마나 퍼석퍼석해지는지. 린스를 손바닥 가득 짜서 해야 겨우 엉키지 않을 정도이니 말이다. 그나마 샤워기 필터를 사용하고 나서 조금 나아졌나 싶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칼크와의 전쟁이 과연 이걸로 승부가 날지는 모르는 일이다. 

왜 석회수가 문제야? 우리 몸에 병이라도 생겨? 라고 의문을 가질 수 있는데, 이에 대한 연구는 사실상 몇십 년을 거쳐도 그 인과관계를 밝혀내기 어려운 일이다. 개개인의 생활방식과 식습관, 유전 질환 등 너무 많은 요소들이 개입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끔 몇몇 독일인은 한국인이 석회수에 유난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런데 마치 돌가루를 계속 먹고 있다고 생각하면 그다지.. 

이런 석회수에 정말 진저리쳤는데, 이사 온 도시는 석회가 없는 물이다. 말 그대로 거의 한국물에 가깝다! 물 하나로 생활의 편리함이 이렇게 달라질 수 있음을 이사하고 나서야 깨달았다. 알게 모르게 정말 많은 부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바로 물인가 보다. 결국은 석회수에서 벗어나서야 석회수와의 전쟁이 막을 내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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