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원룸은 풀옵션인 경우가 많아 이사할 때 사실 큰 가구를 살 일이 별로 없었다. 있는 짐만 포장이사로 잘해도 하루 안에 뚝딱 이사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독일에서 이사 들어가기 위해선 놓치지 말하야할 준비 사항들이 이사를 앞둔 사람 앞에 쭉- 줄을 서서 대기 타고 있을 것이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끊임없는 편지와 메일을 마주 하겔 될 세입자를 위해, 이사 전 필수로 확인해야 할 목록들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물론 텅- 빈 집에 들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내 경우 부엌 설치가 이미 되어 있는 집만 골라 찾아다녔기 때문에, 부엌/세탁기 등 가구 설치에 관한 얘기는 제외하겠다.
전(前) 세입자의 전기(Strom), 물(Wasser), 보일러(Heizung)사용량 확인
전 세입자가 살면서 사용했던 Heizung과 물, 전기양을 집 열쇠를 전달받는 날에 확인하고, 부동산업자가 같이 기록하여 두는 것이 좋다. 독일은 쓰는 만큼 내는 것이 아니라, 일괄적으로 Nebenkosten(일반적으로 물, 보일러)이나 전기 계약서에 따라 한 달마다 고정금이 나가고, 일 년후에 이에 대해 정산하는 시스템이(Nachzahlung)다. 그러니, 마구마구 쓰면 나중에 요금 폭탄을 맞을 수도 있다. 입주 전 Hausverwaltung이나 부동산 중개업자와 함께 집 상태를 확인할 때, 이와 관련된 사항을 문의해 기록해놔야 한다.
전기 계약
집 계약이 거의 기정사실됐다면, 전기 계약을 위해 도시별로 전기를 제공해주는 전기공급회사를 찾아 다달이 나가게 될 요금을 비교해야 한다. 대체로 가격을 비교해보면, 사기업보다 공기업(?)이나 시(Stadt)에서 운영하는 곳이 비교적 더 저렴한 가격에 전기를 사용할 수 있다. 가령, 뷔르츠부르크에서는 WVV를 이용하거나, Sachsen 주에서 Eins를 이용하는 것처럼 말이다. 최근 에너지 대란으로 인해, 신규 고객을 받지 않는다 혹은 더 높은 값으로 계약하는 등 말이 많아 전기 회사 간의 가격 비교는 필수이다 (아래 사이트 참고). 부지런하고 잘 계획하시는 분들은 1-2년마다 계약을 다른 회사로 정기적으로 바꿈으로써 신규 고객 할인을 받을 수 있다.
개인적으로 나는 시간/노력/스트레스를 감안해 참고 쓸만한 수준이라면 그냥 쭉 사용하는 걸 선호하기에 나같은 성향의 사람이라면, 처음부터 꾸준히 안정적인 회사를 - 시나 공기업이 운영하는 - 택하는 걸 추천한다.
인터넷 계약
이사 전, 한국인이 특히 신경쓸수 밖에 없는 것은 바로 인터넷이다. 해당 집/건물에 DSL, Glasfaser 등 어떤 선이 들어오는지 검색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계약할 수 있은 인터넷 회사가 달라지며, 요금(당연한 소리겠지만)과 설치 기간/설치비용 등을 고려해야 한다.
예컨대, O2는 인터넷 설치비가 약 70-90유로 정도에 예약하고 통상 3-4주는 기다려야 설치가 가능하다 - 심지어 집에서 하루 종일 대기 타고 있어야 하니 직장인에게는 극악이다. 한 달 전부터 이사 가는 것이 내정되어있었거나, 인터넷이 그리 급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계약해볼 법 하지만 사실 그리 매력적이지 않은 옵션이다. 반면 동일한 집이여도 O2는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예를 들어 Vodafone나 다른 곳에서는 불가능한 경우도 있으니 Telekom, O2, Vodafone 등 여러 대리점에 방문해서 상담받는 것이 좋다.
도시마다 다르겠지만, 광섬유(Glasfaser)가 설치된 곳이라면 기계만 택배로 받아 Router와 고객번호로 바로 연결해서 1-2일 이내에 인터넷 사용이 가능하다. 뷔르츠부르크에서는 볼 수 없었던 광섬유를 동쪽 도시에 와서 보게 되다니..
아직까지도 집보러 다닐 때 Glasfaser가 깔려있는 게 장점이라며 자랑하는 부동산업자들을 볼 때면... 독일의 인터넷 - 베를린이나 뮌헨 같은 대도시는 다를 수 있겠으나 - 상황이 참 암담하다. 참고로 계약 시 최고 속도로 적혀있는 것에 현혹되면 안 된다. 실제로는 그보다 훨씬 낮은 속도일 수 있으니 말이다. 말 그대로 최고 속도는 정말 최적화된 조건에서 최고로 나오는 속도이다.
전등 설치 여부
가장 중요한 전기, 물, 보일러뿐만 아니라 불, 즉 전등을 켤 수 있는 상태인지 파악하는 것도 필수이다. 낮에 집을 보러다니면 불을 켜지 않는 경우가 있어 간과할 수 있는 부분인데, 독일에서는 대체로 이사를 나갈 때 전등까지 싹- 떼어간다. 아니면 알전구 하나 주렁주렁 달아놓는 경우도 있다. 때문에 입주 전, 각 방에 맞는 그리고 에너지 효율과 전등 색상(Warm/Kaltweiß)을 잘 고려해서 미리 사두는 것이 좋다. 그래야 입주 시 바로바로 설치 가능하니 말이다.
입주 시 방 상태 확인서 작성 (Übergabeprotokoll)
마지막으로, 집주인나 부동산 중개업자와 함께 집을 돌아보며 작성하게 될 Übergabeprotokoll은 정말 중요한 서류이자, 중요한 과정이다. 다시 이사 나갈 때, 이사 들어올 당시의 집 상태로 돌려주는 것이 계약서에 대체로 쓰여있기 때문에 집에 하자란 하자는 모두 미리 파악해두고 기록해두고 집주인에게 공식적으로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 처음에는 사실 겉으로 보이는 것만 파악하게 되기 때문에 정말 괜찮은 상태인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입주하고 나서 약 1주일 동안 이것 저것 집에서 생활하며 파악하고, 꼼꼼하게 둘러보면서 하자를 발견했다면 - 벽에 홈이 파져 있다든지, 타일에 금이 가있다든지 - 사진을 찍어 Übergabeprotokoll에 적어달라고 메일로 다시 요청하는 것을 추천한다. 나중에 되서 "집에 들어올 때부터 이랬다"라는 말은 이들에게 핑계가 되지 않는다. 보증금이 뜯기고 싶지 않다면 절대 간과하면 안 될 부분이다.
독일에서 살았다고 하더라도 기숙사, WG 같은 곳에서 살다가 혼자 집 문제를 감당하려니 이것 저것 신경 쓸 것이 한두 개가 아니다. 정말 정신 붙들고 있지 않으면 돈일 줄줄 새 나갈 곳이 너무 많은 듯하다. 계약 전부터 계약 후까지 서류와 메일과의 전쟁이 이미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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