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독일 대학과 마주하기 2탄에서는 지난 포스팅에 이어, 독일 대학 성적 평가/등급 시스템에 대해 간략하게 다뤄보려 한다. 아무래도 유학생으로서, 졸업 후 석박사 지원이나 취업을 위해 대학 입학부터 졸업하기까지 성적과 뗄레야 뗄 수 없다.
[독일 대학 Blahblah] 독일 대학과 마주하기. 독일 대학 수업 구성, 시험, 및 성적평가 1탄
유럽 ECTS (European Credit Transfer System)
해외 유학(유럽 내) 시 학문적 성과 즉, 학석사 학점 및 졸업 인정을 위해 유럽 위원회에서 제시하는 ECTS(European Credit Transfer System)는 중요하다. 유학을 희망하는 대부분의 학생들은 한국에서 학업을 하던 도중 혹은 졸업 후, 독일의 대학으로 유학나오는 경우가 많다. 이 때 ECTS와 한국 학점을 비교하여 얼마나 인정받을 수 있느냐에 따라 정말 원하는 과정부터 시작할 수 있는지 결정된다.
진학을 희망하는 대학교의 커리큘럼이나 시험 규정과 비교했을 때, 한국 학점이 인정(Anerkennung)이 인정되지 않아 ECTS-Punkte 가 부족하게 되면 결국 다시 그 과정을 독일 내에서 이수해야 한다. 특히 한국에서 복수 전공을 한 사람은 해당 전공의 ECTS가 부족할 가능성이 높은데, 대학이나 교수진의 허가에 따라 부족한 부분의 과목만 별도로 이수하여 보충할 수도 있다.
대학 과정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일반적으로 한 학기 당 약 30 ECTS-Punkte를 모아 학사 6학기 간 180 ECTS, 석사 4학기 간 120 ECTS를 얻는 것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나 이를 맹목적으로 고수할 필요가 없으며, 개인의 학습 목표나 시간 계획에 따라 자유롭게 수업 개수를 조절하여 수업을 신청할 수 있으니, 전적으로 스스로의 선택에 달려있다.
독일 성적 평가 시스템 (Benotungssystem)
독일 대학의 학점은 다음과 나눠진다. "절대 평가"인 독일 성적 평가 시스템은 전적으로 자신의 재량과 교수의 아량 ("친절"과 배려라고 명명해야할까...)에 달려 있다. 상대 평가가 학생들끼리 피터지게 싸우는 싸움이라면, 절대 평가는 교수와의 싸움이 아닐까 싶다. 많은 교수들이 학생들의 실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로 무작정 어렵게 내는 경우도 이미 이공계/자연계에서는 자주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한편, 성적이 나오지 않은 문제는 개인의 문제로 귀결되곤 하는데, 은근히 타격감이 크다. 누구를 탓할 수가 없기에.
시험의 난이도나 학생들의 점수 분포에 따라 결과를 더욱 차별화하기 위해, 시험이 치뤄진 후에 교수의 판단 하에 등급을 0,3점씩 올리거나 내릴 수 있는 시험 규정이 있기도 하다. 예를 들어 한 시험 내의 전체 평균이 3,3으로 1,0-1,3 점수대의 학생 분포가 지나치게 적은 경우 교수의 재량으로 전체적으로 0,3 정도 플러스하여 전체 평균과 점수 분포를 상향 조정시킨다(예: 2,3 > 2,0). 물론 이는 정말 드문 케이스로 운이나 다름없으니, 점수를 잘 받는게 당연히 중요하다.
*독일 숫자 표기 방식에 따라 소수점 대신에 콤마(,)로 표기함
한국에서부터 상대 평가를 더 선호했던 나는 절대 평가가 굉장히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 그 이유는...
- 발표, 토론 수업 등은 교수의 주관적인 평가가 크게 좌우한다. 어쩔 수 없이 다른 팀이나 학생들과 자신의 능력이 비교되어 평가될 수밖에 없다.
- 한국 대학 시절, 한창 절대 평가를 주창하던 때였고 그 때 한 교수님이 "여러분들이 상대 평가여서 점수를 받지 못하는게 아니에요. 절대 평가로 했을 때, 교수님들 눈에 훌륭하다고 생각되는 답변과 과제, 발표가 얼마나 될 것같나요?"라고 학생들에게 말씀하셨다
- 솔직히 인정하는 바이기에 나는 절대 평가를 싫어한다. 특히 독일 교수님 중에는 특출나게 뛰어난 천재형 교수님들, 한 우물을 판 너드형 교수님들이 넘나 많아 학생들이 자신의 문제를 못 푸는 까닭을 모르는 교수님도 있다는 것이 현실.
이 외에 bestanden/nicht bestanden (Bestanden-Nicht bestanden-Prüfung) 즉, 한국의 합격/불합격(패논패)로 진행되는 수업도 있다.
번외로... 학사에서 석사를 지원할 시에는 성적 2,5 이상을 권장한다고 한다. 그러나 석사에서 박사를 시작한 친구들의 평균 성적은 1,0 - 1,5 사이 정도였다. 1,3 이면 나름 안정권, 1,3보다 낮을 경우에는 잘했지만 경쟁이 치열할 경우 간당(?)하거나 다른 커리어로 커버할 수 있다면 박사를 비벼볼 만하다고 들었는데 언제나 그렇듯 대학, 교수, 연구실, 관계 등 변수가 너무 많다. 우리 학과만 해도 박사 자리는 부족하지만 지원자는 많아, 한 자리를 두고 200통 이상의 지원 메일을 받는다고 하니 더 쟁쟁한 학과들은 말할 필요도 없을 것같다.
언제쯤 대학 점수에서 멀어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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