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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ebling | 독일 일상/독일에서 살아가기

독일에서 살아남기 1. 독일 Freelancer 일을 때려치운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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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기업이나 출판사(8년 간)에서 프리랜서로 꽤 오랫동안 함께 일했던 내가 독일 자영업자와 일하다가 1년 만에 때려친 몇 가지 이유를 허심탄회하게 얘기하고자 한다. 한 짧은 채용 공고(라말하고 그냥 페이스북 글이라고 하자)를 보고 내 전공 분야에 딱 맞는 프리랜서 일이라 바로 지원했다. 대뜸 자기가 사는 도시로 와서 커피를 마시며 인터뷰를 하면 좋겠다는 말에 당황스러웠지만, 다행히 Covid가시작된 시점이라 줌 미팅으로 대신했다. 미리 자료 조사하고, 나름의 방법이나 전략 등을 PPT로 만들었고 그 사람은 다행히 마음에 들어했다. 첫 시작은 좋았다. 그럼 왜 1년 후, 이 일을 그만둔걸까?

 

  1. 자신의 팀에 속한 한국 팀원에 대한 앞담화  

 

안타깝지만, 이 이유가 일을 그만두는데 가장 크게 작용했다. 첫 인터뷰, 한국 인터뷰에 익숙할 수밖에 없으며 설상 독일인이라고 하더라도 정식 인터뷰에서는 격식을 갖춰 말함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어려워한다며 "한국 여자들은 독일인이랑 말할 때 너무 소심해, 그거 별로야"라는 식으로 말했다. 옆에서 (게임하며) 인터뷰 내용을 듣고 있던 남친은 이 말에 아주 경악했다지... 격식 갖춘 바른 자세를 왜 이전에 인터뷰 본 다른 교포들처럼 "Hey! oooo" 라고 하지 않냐는 둥의 말을 서슴없이 하는 모습을 보고 충격이었다. 그건 그냥 무례함이었으니까.

 

이 팀에서 한국인과 독일인을 타깃으로 하고 있었기에 한국인을 직원으로 뽑아 자료 조사하고, 이에 필요한 내용을 만드는 등등의 일을 맡았었다. 더한 일은 전체 회의를 할 때 일어났다. 팀 회의를 하자며 줌미팅에 모두 들어와있고, 나를 제외하곤 교포 아니면 독일인이었다. 이 사람은 회의에서 마저도 한국 여자들이 소심하고, 내성적이라서 말을 잘 못한다는 식의 발언을 아주 쏟아부었다. 그냥 일방적인 앞담화였다. 그런데 더 가관이었던  것은 우리 팀원과 그 사람은 모두 여성이라는 점, 그리고 교포들은 이에 동의하며 똑같이 낄낄 웃으며 맞장구치는 것이었다.

 

문화적 차이가 한 사람을 평가하는 기준으로 사용되었고, 문화적 차이를 이해하며 한국인을 돕고 싶다고 말해온 그 사람의 비즈니스 방향과는 너무 다른 태도였기에 적잖게 놀랐다. 언어적 문제로 인해 한국어를 쓸 때 외향적이었던 사람도 내향적인 사람이 될 수 있음에도 이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태도였기 때문이다.그 사람의 진짜 속내를 들여다 본 것만 같아서, 이 사람의 비즈니스를 위해 일을 하는 것이 너무 불쾌하고 잘 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 점점 커져만갔다. 절이 싫으니 떠나야지. 어떡하겠어.

 

실제로 언어에 따라 페르소나가 달라진다는 연구가 있는데, 이에 관한 글이 있어 가져와봤다.

https://www.ttimes.co.kr/article/2017031413337788731   

 

불어를 하면 성격도 더 지적으로 바뀐다~ - 티타임즈

한국어가 아닌 외국어로 말할 때 내 태도가 달라지는 느낌을 받는다. 불어로 말할 땐 왠지 지적으로 변하고, 영어로 말할 땐 자신감이 느껴진다. 실제 쓰는 언어에 따라 내 태도, 내 성격이 달라

www.ttimes.co.kr

www.ttimes.co.kr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762035  

 

'이것'의 차이로 언어의 페르소나가 달라진다

언어를 배울 때 경험한 환경의 차이가 언어의 '인격'에도 영향을 미친다

www.ohmynews.com

 

  2. 불합리한 금전적   

 

프리랜서여서 시간이 얼마나 걸리냐보다는 맡은 일에 대해 금전적 대가를 받았다. 돈이 터무니없이 적다는 걸 알면서도 이력서에 한 줄 써보겠다고 가볍게 맡은 일이었다. (그럴 계획이었지) 그러다가 결과물이 마음에 드는 지 점점 많은 일이 들어온 반면에, 어느 보스나 그러하듯 어떤 일을 할 때 얼마나 시간이 걸리는지 모르는게 문제였다.

 

한 번은 상세페이지를 구성하는 일을 맡아 카피라이팅과 전반적인 디자인을 맡았는데, 이에 대한 대가가 50유로 정도였다. 반면, 이를 홈페이지에 옮겨준 독일인은 결과물을 개떡같이 만들어놓곤, 한국에서 이렇게 홈페이지에 만들어주면 얼마를 받냐는 질문을 했더랬지. 평균 값을 알려주긴 했는데, 얼마를 받은진 정확히 모르지만 모르긴 몰라도 그 값 내에서 요구했을 터이니 결과물에 비해 터무니없이 높이 받았을 것이다. (심지어 디자인을 내가 다 했음에도 불구하고)

 

더 충격적인 건, "한국애들은 자기네들이 일 열심히해놓곤 돈달라고 안해서 난 너무 좋아. 난 내돈 적게 쓰고 좋지"라고 말하는 그 사람의 모습에 미친거 아니냐는 생각이 확 들었다. 아.. 저게 저 사람의 속마음이구나 싶었다. 일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툴을 배우고 (그덕에 일러스트레이터와 포토샵을 배웠지) 내가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에 즐거웠지만, 맥이 빠지게 만드는 소리였다. 한 날, 내가 돈을 더 줄 것을 요구했더니 그 다음부터 일을 맡길 때 "내가 돈 더 줄테니 이거 좀 해줘"라는 태도로 바꼈다. 마치 돈만 받으면 내가 일을 다해줄 거라는 것처럼.  

  3. 능력없는 독일인 직원과 업무 공유 부재  

 

앞서 말했지만, 손발이 맞아야 결과물에 만족할 수 있는데 여기서 만난 디자이너 프리랜서 아이는 안타깝지만 실력이... ㅋ 자기 사이트도 만들어 놨길래 포트폴리오를 보러 들어간 적있었는데 그냥 왜 그런 결과물이 나왔는지 수긍할 수 있을 만한 실력이었다. 또한 같이 진행하는 업무가 있다면 서로 공유할 수 있게끔 진행해야 하는데, 나중에서야 얘기를 듣고 작업한 것을 다 바꿔버려야 하는 등의 업무 진행방식이 너무 이해할 수 없었다.  

 

 

  4. 새벽, 밤낮을 잊은 연락  

 

새벽 5-6시, 밤 10-11시에 카톡하는 아주 몰상식한 태도를 여러 번했더래지. 소리끄면 그만이지 싶지만, 메시지가 오면 읽어야 할거같은 불안한 마음을 가지게 만드는 것부터 굉장히 싫었다. 자신이 자영업자라 일하는 시간이 별도로 정해지지 않은건 이해하지만 그걸 직원에게까지 끌고 오는 건 좀 아니지 않나 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  

 

 

  5. 마음에 안드는 직원은 다시 뽑으면 된다는 식의 태도와 리더십 부재  

 

내가 1년 동안 일하면서 바뀐 한국인과 교포만 해도 4명은 넘는다. 어느 순간 왓츠앱 모임에서 함께 일하던 직원들은 그만둔지 오래였고 (이를 공유하지 않는 것도 문제), 어느 순간 그 직원이 담당했던 일을 나에게 넘겨주고 있었다. 나가게 된 직원에 대한 뒷담화도 서슴없이 하기도 했다. 어차피 한국인 커뮤니티에서 다른 한국인을 찾을 수 있다는 전제를 하고 있어서 그런지 몰라도, 자주 사람이 바뀐다는 것. 결코 자영업자든 회사든 한 집단 내에서 좋은 일이라고 볼 수 없는 모습이다.


누군가와 대화를 할 때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아도 기분이 좋은 반면, 그냥 별거 아닌 말에도 기분이 상하고 하루 종일 저기압으로 되는 경우가 있다. 나는 이 독일인과 일한 지난 1년 간 이런 기분이 항상 들었다. 말하는 뉘앙스나 태도에서부터 이사람이 상대방을 존중하는 지가 이미 드러나기 때문일 것이다. 그 사람의 문자 하나에 감정이 널뛰기를 해버린 탓에 1년을 채우고 그만둬야 겠다는 생각을 했고, 지난 2월 인턴을 시작하며 그만두었다.

 

독일 커뮤니티에 이 사람 비즈니스에 참여하지 말라는 글을 수없이 올리고 싶다가도 똥이 더러워서 피하지 싶은 마음으로, 혹시나 나에게 좋지 않은 문제가 생길까 걱정되어 마음을 접었다. 이 글을 읽은 누군가가 이 독일인이 누군지 바로 알아챈다면 그 독자 또한 또다른 Opfer/in가 아닐까 한다. 외국인으로서 외국에서 공부하고, 일하는 것이 힘들기에 많은 부분을 포기하는 상황이 오곤 하지만 그럼에도 "나 자신"이 심적으로 다치지 않고, 다치더라도 이겨낼 수 있는 정도에서만 타협하자라는 마음을 가지게 된 경험이 아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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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https://unsplas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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