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포스팅은 독일의 Vitamin B, 내가 간접적으로 경험한 "관계"의 중요성을 다뤄보려고 한다. 주관적인 경험과 의견들이기 때문에 반대 의견을 가진 분들은 창을 닫아주셔요 :D 그냥 이런 일들도 있구나하며 읽어주세요.
Vitamin B란?
Vitamin B. 들어면 왠지 건강에 관한 얘기인 듯하지만 여기의 B는 Beziehung 즉 관계로, 비유적으로 사용된 표현이다. 한국에서 흔히 연줄, 학연, 지연이라 일컬어 지는 관계 또는 좋게 말하자면 인적 네트워크, 자신이 갖추고 있는 사회적 자본 쯤으로 Vitamin B를 이해해 볼 수 있다.
특히 대학이나 직장 등 많은 상황에서 Vitamin B는 독일에서 굉장히 중요하며, 가족, 친구 및 지인과의 관계가 중요한 역할을 하며 이력서 한줄을 책임져 주기도 한다. 내가 독일에서 생활하고, 주변 친구들이 어떻게 인턴, 박사 경험을 쌓아가는가 살펴본 결과 외국에서 온 친구를 제외하곤 90%이 비타민 B를 통해 시작되었다.
사례 1. 인턴 자리를 얻은 경우
친구 A 와 친구 B는 고향 친구로, 가족끼리 서로 서로 친하며 잘 아는 사이다. 두 친구의 부모는 중산층 이상으로 팀장급 이상 (본부장 급 이상)으로 높은 직위를 가지고 있다. 두 친구는 각 부모의 회사에 들어갈 경우 비타민 B가 너무 명확하게 보이게 되기 때문에 친구A는 부모 B의 회사에, 친구B는 부모 A의 회사에서 인턴을 하기로 결정한다.
사례 2. 프로젝트 & 연구실 자리를 얻은 경우
친구 C의 이웃집 아저씨 A는 잘 나가는 한 연구소의 보스이다. 보스인 A는 친구 C에게 모든 프로젝트를 물려줌으로써(?) 이 친구를 잠정적인 연구실 보스로 키우려고 마음을 먹었고, 학사부터 박사까지 쭉~ 보스 A의 연구소에서 프로젝트에 참여한다. (고속도로를 뚫어준 케이스였다)
사례 3. 박사 자리를 얻은 경우
친구 D은 학사부터 공부하는 걸 싫어하는 것으로 유명했으나, 이상하게도 박사를 하고 싶어했던 아이다. 물어봤더니, 자기 성 앞에 Dr.가 있었으면 한다라는 아주 간단하고 하찮은 이유였다. 석사 기간 내내 실험실에 들어간 적이 없었던 이 친구는여자친구가 자신의 연구소 보스와의 만남을 추진함으로써, 이력서를 내지도 않고 박사 자리를 얻었다. 어떤 친구는 독일에서 박사하려고 100통의 메일을 보낸 것과 달리.
이런 일들을 지난 5-6년간 너무 많이 보면서 독일어에 버겁고, 공부에 버거운 유학생들이 과연 이런 사회적 자본을 구축하는 것이 과연 쉽게 할 수 있는 일일까 싶다. - 한국 커뮤니티를 제외하고.
한국에서도 이런 일들이 물밑으로 아주 자주 일어나는 것을 알고 있고, 만약 사건이 터지면 뉴스에서 이 문제로 난리난리 이다. 그러나 웃기게도 한국보다 연줄, 연고, 지인찬스가 더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곳이 독일이라고 한다. 그래서 대부분의 독일 친구들은 일 얘기를 할 때, "지원해봐"라는 말 보다 "xx한테 한번 물어봐봐, 할 수 있는지"와 같이 어찌보면 비공식적인 루트에 관해 조언을 자주 해준다.
Job에 대해 조언해주는 수많은 사이트에서도 Vitamin B가 중요하다고 말하는 것만 봐도, 얼마나 흔히 사용되는지 알 수 있다. 물론, 여기선 경력을 위해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쌓고, 네트워크를 만들라는 것이 주요 테마이지만 말이다.
반대로, 이는 한 커뮤니티나 조직 내에 들어갈 때 자신에 대한 평판 또한 내부 직원에 의해 평가되며 아무리 능력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 조직에 들어갈 수 없을 수 있음을 의미하는 바이기도 하다. 양날의 검인 셈이다. 가령, 박사생이나 석사생을 뽑을 때 "이 지원자 능력있어? 사람들이랑 사이가 어때?" 이런 식의 질문을 통해 조직 내에서 이력서를 제외한 나머지 정보들을 야금야금 모아 최종적인 결정을 내리는 것이다.
그러니 독일인처럼 직접적이고 적극적으로 관계를 이용하기는 어렵겠지만, 적어도 지금 다니고 있는 대학교, 연구실, 회사 등의 내에서 어떻게 관계를 쌓을지 고민하고 또 잘 쌓아나갈 수 있도록 무수히 시도해야 하는 것도 하나의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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