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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ebling | 독일 일상/독일에서 살아가기

독일에서 살아남기 3. 독일은 생각보다 좁다. 독일에서 겪은 "작은 세상 네트워크" 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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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참 좁다는 생각이 독일에서 유독 많이 든다. 다른 유학생이나 한인분들과 거의 만나지 않고 이동 반경이 굉장히 좁음에도 불구하고, 이 넓은 독일이 좁게 느껴지는 까닭은 뭘까? 오늘의 Blahblah 주제로 독일에서 겪었던 찐 "작은 세상 네트워크" 이론에 대해 떠들어보고자 한다. Ab und zu denke ich daran, dass die Welt ein Dorf ist!! 

 

대학 도서관에서 만난 독일어 공부 동기 친구

독일 대학에 입학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도서관에서 자료를 찾고 있던 중, 한국인을 만났다. 우선 동네가 작아서 그런지 정규 학기로 등록된 한국인 상대적으로 적어 그런지 시선이 자연스럽게 갔는데, 웬걸! 후암동 괴테 문화원 수업에서 만났던 한 친구가 같은 대학으로 교환학생을 온 것이었다. 클래스가 끝나고 난 후 연락한 적이 없어서 근황을 몰랐는데, 지구 반 바퀴를 돌아 이 작은 도시에서 하필 그 시간에 그 도서관에서 이렇게 만날 줄이야!! 그 때의 놀람은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식당에서 만난 동료

이 작은 도시를 벗어나 대도시로 여행을 갔을 때 일이다. 어느 식당을 갈지 고민하다가 원래 찾아둔 식당이 문을 닫아 다른 식당에 가 식사를 했다. 열심히 먹다 고개를 들었는데, 마스크를 썼지만 익숙한 사람이 눈 앞을 지나쳐 화장실로 들어가는 것이었다. 잘못본건가 하다가 그 사람이 다시 나오길 화장실 문을 바라보고 있으니, 작은 도시에서 같이 일했던 전 직장 동료였던 것이다. 그 사람도 잠깐 대도시로 놀러나온 것이었는데, 하필 그 시간에 그 장소에서 만난 것이다.

 

작은 세상 네트워크 (small world network; Kleine Welt-Theorie) 이론이란?

1960년대 중반 사회심리학자 스탠리 밀그램(Stanley Milgram) 교수는 인간 관계는 약 6 단계만 거치면 서로 모두 연결되어 있다는 "작은 세상 (Kleine Welt-Theorie)"을 처음 가정했다. 밀그램 교수는 그의 실험에서 보스턴과 오마하있는 수백명의 사람을 무작위로 선별하여,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진 보스턴에 있는 낯선 대상, 즉 개인적으로 모르는 사람에게 편지를 보내는 과제를 주었다. 이 때 낯선 대상에게 바로 편지를 보내는 것이 아니라, 낯선 사람과 알고 있을 것 같은 친구에게 편지를 보내 그 편지가 건너 건너 낯선 대상에게 도착할 수 있는지, 몇 다리를 건너야 하는지 알아보는 것이었다. 실험 결과,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 즉, 낯선 대상에게 편지가 도달하기 위해 - 평균적으로 약 6번의 사람을 거치면 된다는 것을 발견했다. 

https://hbr.org/2003/02/the-science-behind-six-degrees

 

The Science Behind Six Degrees

It’s not just who you know. It’s who they know and who knows the people who know them.

hbr.org

또 다른 실험으로는 케빈 베이컨 게임 (Six Degrees of Kevin Bacon)이 있다. 이 게임의 목표는 미국의 헐리우드 스타들을 대상으로 배우 "케빈 베이컨"과 서로 몇 단계로 연결되어 있는지 찾는 것이었으며, 그 결과는 놀랍게도 단 6 단계만에 대부분의 배우들이 연결되어 있었다. 아래의 사이트에서 게임을 해볼 수 있으니 궁금하다면 참고하길.

https://oracleofbacon.org/

 

The Oracle of Bacon

 

oracleofbacon.org

한 다리 건너면 아는 사이 

이 경험은 아.. 이렇게 세상이 좁으니 내가 한 일을 다른 도시에 사는 사람이 알게 될 수도 있겠구나 한 이야기에 관한 것이다. A씨와 B씨는 직장에서 일을 하다가 알게 된 사이다. 어느 날 A씨는 금전적인 문제로 일을 그만두게 된다. 어느날 다른 도시에 사는 C를 만났는데, 알고 보니 A씨와 게임으로 만나 자매처럼 지내는 사이였던 것이다. 즉 A-B / B-C / A-C 이렇게 한 다리 건너 아는 사이었던 셈이지. 한편, B씨는 A씨가 직장에서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알고 있으나 차마 C에게나 A를 아는 C의 친구 (그 친구들도 다 B의 친구)에게 A의 문제를 설명하기가 쉽지만은 않다. 

 

전 세계가 SNS와 인터넷으로 연결되어 있는 우리는 여느 전(前) 세대보다 넓은 세상을 경험하는 동시에 좁은 세상에 동시에 경험하고 있다. 온라인이 아니더라도, 몇 가지 상황을 직접 경험 혹은 이야기를 건너 듣기만 해도 세상이, 이 큰 독일이란 땅 덩이가 결코 크지 않구나 문득 문득 깨닫게 만드는 일을 마주하게 되기도 한다. 독일에 거주하는 기간이 늘어나는 만큼 알게 모르게 알게 되는 사람들, 그저 이름만 아는 사람들도 늘어나기 마련이고. . 그렇기 때문에, 더 행동을, 말을 조심하게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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