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포스팅에서는 독일에 거주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혹은 흔히 경험하는 독일 기차 Deutsche Bahn의 최악의 경험을 떠들어보려 한다. 밤 기차 일정에서 실시간으로 지옥을 경험할뻔하여 아주 따끈따끈하게 블라블라.
시신 수습 전까지는 출발할 수 없습니다.
서울 대부분의 지하철역에 설치되어있는 안전 도어 스크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철도에 자살하겠다고 뛰어드는지 모르겠지만, 도어 스크린이 없는 게 일반적인 독일에서 경험한 최악의 경험 중 하나이다.
몇 년 전, 예나 Jena에서 뷔르츠부르크 Würzburg로 돌아오는 도중 기차가 갑자기 멈춘 적이 있다. 한 여름 에어컨도, 창문도 열리지 않아 더위에 녹아내릴 때쯤 방송에서 어떤 사람이 철도에서 뛰어내려 자살했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훼손된 모든 신체부위가 수습될 때까지는 기차를 운행할 수 없으니 기다리라는 말만 계속 들려왔다.
한두 시간쯤 지났을까. 다시 기차가 달리기 시작했고, 작은 마을을 지나가는데 다시 기차가 멈췄다. 이게 무슨 일인가 싶었는데, 승무원이 말하길. 또 어떤 사람이 철도로 뛰어내려 자살했단다. 그러니 또다시 시신 수습을 위해 약 두 시간은 더 연착이 된다고 알려왔다.
당연히 환승은 이미 물 건너갔고, 지나가는 승무원을 붙잡아 대안을 달라고 했다. 그리하여 출발지에서 오후쯤 출발했던 기차가 자정이 넘어서야 뷔르츠부르크 근처의 한 역에 도착했고, 승무원으로부터 받은 Gutschein을 가지고 겨우겨우 택시를 타고 집에 도착했다. 7시간 이상을 더운 기차에 갇혀 하루에 두 번 씩이나 연달아 끔찍한 경험을 한 이날의 경험을 잊을 수가 없다.
DB 이용 TIP
독일에서 야간 기차를 이용하거나 부득이하게 연착으로 인해 밤 기차를 모두 놓친 경우, 기차 내에 있는 승무원에게 택시비 혹은 호텔비를 보상받을 수 있는 확인서나 사인이 있은 영수증 같은 Gutschein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웃기게도 보상금이 일정 금액으로 정해져 있어, 택시를 이용할 시에 도착지까지 모든 금액이 커버되지 않기도 한다. 예컨대, 택시비가 도착지까지 120유로가 나왔다하더라도 80유로만 DB에서 보상하는 식이다.
연착으로 다른 기차로 환승했더니, 그 기차도 연착입니다.
이른 저녁, 동쪽에 위치한 도시에서 뷔르츠부르크로 돌아오는 기차를 예매했다. 환승 시간이 3-4분 밖에 되지 않는 기차는 애초부터 구매하지 않기 때문에, 환승 시간이 넉넉한 기차를 예약했고 나름 안심하고 있었다. 도착지를 코앞에 두고 기차가 들어가지 못해 결국은 1분, 1분 야금야금 연착되더니 10분이 연착됐고 환승 기차를 놓쳐버렸다. 달려서 인포메이션에 서둘러 이를 알리고 그다음 대안으로, 돌아가지만 다른 연결 편을 얻어냈다.
그리고 무사히 경유지에 도착하는가 했더니 또 코앞에서 종착역에 들어가기를 기다리다가 다음 환승 기차가 출발하는 시간에 딱! 도착해버렸다. 반대편에서 서있는 뷔르츠부르크행 기차가 보였으나, 지하를 통해 역을 건너가는 사이에 이미 출발해버려 텅 빈 철도만 남아있었다. 결국 다시 다른 기차 편을 받아 돌고 돌아 1시간을 기다려 다음 기차로 환승했다. 예정된 3시간 반을 훌쩍 넘어서, 이 험난하고 쫄깃한 여정이 약 7시간이 걸린 후에야 막을 내렸다.
DB 이용 TIP
환승 기차 편을 놓친 경우, DB인포메이션에서 본인이 산 기차와 동일한 가치를 가진(gleichwertig) 다른 기차 편 즉, ICE를 예약했다면 ICE로 연결편을 받을 수 있다. 즉, 인포메이션에서 타 기차 연결 편을 알아볼 때 직원이 원래 기차표를 보여 달라 하고 그에 상응하는 연결 편을 준다.
이때 기차 일정표처럼 생긴 종이를 주는데, 따로 확인서가 없더라 이 종이가 티켓 역할을 하게 된다. 혹시 걱정이 된다면 확인서가 있는지 별도로 물어보는 것이 좋다. 기차 내에서 승무원이 오면 연착 기차를 설명하고, 새로 받은 기차 일정표를 보여주면 티켓 확인 끝. 연착으로 인해 예약했던 기차를 타지 못하고 다른 기차로 타야 한다면, 꼭 인포메이션에 가서 종이를 받도록 하자.
다음 환승 기차가 우리를 기다려줄까요? - 나도 몰라요.
기차가 출발부터 30분이나 연착이 됐다는 소식을 받았다. 경유지에서 환승 시간이 부족해 보여 초조해졌고, 자칫하다간 역에서 밤을 새워야 하는 상황이 올 것 같다. 어지럽게 바뀐 일정이 계속 방송되고, 심지어 기차 안내 전광판에 밤베르크 Bamberg가 아닌 Bamburg이라고 오타를 낸 총체적 난국 속에서 나는 인포메이션에 찾아갔다.
그러나 아직 내가 환승지에서 환승 열차를 놓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대안을 줄 수없고, 다른 연결편도 없다는 소식을 들었다. 지난번 연착에 학을 떼고, 경유지 간의 환승시간이 30-40분이나 되는 비교적 넉넉한 저녁 기차를 잡았는데 연착이란 연착은 더 되고, 기차는 연착된 걸 알면서도 출발이 오히려 더 미뤄졌다.
여차저차 연착된 기차를 타고 경유지로 가면서 계속 환승 시간을 체크하다가, 기차 내 승무원에게 기차가 더 연착되어 다음 마지막 기차를 타지 못하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물어봤더니, 대답은 대책이 없다였다. 전화 상 택시비나 호텔비로 보상이 가능하다고 했는데 적어도 빙 돌아가는 기차편이라도 말해줘야 하는게 아닌가 했는데 말그대로 대책없는 태도였다. - 다른 경로로 갈 수 있는 길을 확인했음에도 불구하고 들을 생각을 안하니 문제.
그때부터 불안은 시작됐다. 실시간으로 환승 시간이 줄고 있는 걸 보고 있는 기분이란.. 그러다가 1시간 정도 지나고 나니, 방송에서 환승해야 하는 기차가 몇 분 기다려주기로 했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기차에서 내려 부지런히 다른 승객들과 달려 무사히 환승했다. 정황 상 나 같은 승객들이 많고, DB 측의 문제로 30분 이상 출발지에서 연착이 되었으니 다수의 무시하지 못한 게 아닌가 싶다.
DB 이용 TIP
모바일 기차 시간표를 보다가 이미 다음 기차를 탈 수없다고 표시되는 경우, 이를 기차 내 승무원에게 알려야 한다. 그리고 혹시 다음 기차가 잠시 기다려 줄 수 있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기차 내의 승무원끼리는 전화로 소통해 환승을 위해 몇 분 정도 일정을 변경할 수 있다고 한다. 다만, 인포메이션에 있는 직원은 이러한 소통에 개입할 수 없으므로, 전적으로 기차 내의 승무원과 소통해 다음 환승 기차 일정을 실시간으로 조정해야 한다.
Eine angenehme Reise 편안한 여행의 중요성을 이번에 절실히 깨달았다. 일정으로 인해 이른 저녁-밤 기차를 탈 수밖에 없었던 상황에서 맞닥뜨린 DB 연착 콜라보는 정말 기차 내에서 한시도 등을 붙이고 편히 앉아있지 못하게 한다. 길바닥에서 아침을 맞이해야 할 수도있다는 생각때문에 매번 폰만 들여다보며 어찌할 수없이 시간만 보는 여행은 정말 최대한 피하고 싶다.
Deutsche Bahn이 연착됐을 때, 환승 기차가 연착됐을 때 DB에서 제공하는 또 다른 대책이나 팁이 있다면 댓글로 공유해주세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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