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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ebling | 독일 일상/독일에서 공부하기

[독일 대학 Blahblah] 독일 대학 시험 및 성적평가 2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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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시험은 언제?

용어 그대로 보자면, 독일 대학의 한 학기는 Vorlesungszeiten(강의가 있는 시간/기간) Vorlesungsfreie Zeiten/Tage(강의가 없는 기간; 임의로 방학이라 하겠다)으로 나뉜다. 강의가 없으면 방학이지 않냐? 할 수도 있지만, 한국에서의 종강과는 그 결이 많이 다르다.

약 2달 정도의 강의없는 방학이 시작되면 그때부터가 피 말리는 시험(Prüfung)/실습(Praktikum, Übung...)/과제(Hausarbeit)/필수인턴십(Pflichtpraktikum)을 처리해야 할 기간이 다가왔음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학과에 따라서, 혹은 강의 커리큘럼에 따라 이 모든 과정이 유연하게 바뀔 수 있다. - 강의 도중에 쪽지를 친다든지. 종강은 2월 중순에 했지만, 시험은 방학 기간 도중인 4월에 있을 수도 있고 혹은 과제 제출 기간이 다음 학기 시작 전까지 일 수도 있다. 학기가 끝난 직후에 일정을 잘 짜는 것은 아주 중요한 일이다. 시간 계획을 잘 세우지 않으면, 말 그대로 방학은 빠이인 셈이다. 자기 쉴 시간은 자기가 챙겨야 한다!!  

독일 시험은 어떻게 구성되는가?

큰 장점이자 단점은 중간고사가 없다는 점이다. 즉, 종강한 후에 기말고사만 치게 되며 강의를 듣고 난 후 자료 정리나 복습 등을 게을리하면 차곡차곡 소리 없이 쌓여온 강의안에 질식사하고 만다. 뷔르츠부르크의 경우 한 강의가 90분으로 구성되어 있고 - 적게는 60분 - 외국어로 공부하기 때문에, 복습 시간이 더 많이 걸리는 것은 당연하다.

주관식, 객관식 등 한국과 마찬가지로 진행되지만,  개인적으로 재미있었던 부분이자 스트레스였던 부분은 (아주 계륵같은 존재)  아래의 경우들이다. 학과에 따라서는 구술시험이나 그룹발표로 대체하기도 한다.

  • 객관식 선지가 모두 정답인 경우가 있다. 
  • 객관식 선지가 모두 정답이 아닌 경우가 있다.
  • 정답/오답 여부에 따라 선지별 평가 점수가 다를 수 있다. 예) 정답을 바르게 표시했다면 부분점수 +1, 만약 오답을 선택했다면 -1 혹은 정답인 선지에 마크하지 않은 경우, 점수가 깎이거나 0 점인 경우. 이런 식으로 질문의 정답/오답별로 점수가 부여되기도 한다. (교수 재량 - 생각하면 머리 아프다) 
  • 몇 개를 택해야 하는지 알려주지 않는다.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빡공해서 그냥 다 맞는 게 속편 하겠지만.. 그건 어려우니 시험을 치고 나서 Einsicht (시험 후 채점 확인) 시간을 잘 이용해야 한다.  가령, 독일의 수학 시험은 풀이한 줄 한 줄마다 점수가 들어가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교수나 조교들이 잘못 채점을 하거나, 부분 점수를 잘못 더하는 실수를 하기도 한다. 만약 점수가 생각보다 낮게 나왔거나 점수에 의문이 생긴다, 아니면 뭐가 틀린 지 궁금하다 등의 문제가 있다면 시험 채점이 끝난 후 Einsicht를 위해 찾아가야 한다. - 별도의 기간이나 시간을 대체로 알려준다.

 

시험에 떨어지면? 시험을 칠 준비가 되지 않았다면?

뷔르츠부르크 대학교를 기준으로, 1년에 1번만 열리는 강의는 학생들에게 Nachklausur의 기회를 준다. 이는 공식 시험에서 떨어지거나 시험을 등록하지 않아 치지 않은 학생에게 시험을 다시 칠 기회를 주는 것이다. 강의를 수강했다고해서 자동으로 시험을 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시험을 등록하는 기간 내에 해당 과목에 대한 시험을 등록해야 하며, 주어진 등록 기간에 시험을 등록하지 않은 학생은 시험을 응시할 수 없다. 반대로, 내가 이번 학기에 강의를 들었지만 다음 학기에 해당 과목 시험을 등록해서 칠 수 있다. 이 때는 내용 업데이트를 위해 강의를 듣기도 하겠지만, 굳이 필요 없다며 강의를 다시 듣지 않고 시험만 치면 된다. 

Tip이라면 Tip, Risk라면 Risk

소위 학과별로 족보를 선후배 혹은 동기 간에 공유하게 되는데, 우리 학과는 나름 신생 학과라서 정보가 많이 없고 원체 공유라는 것을 하지 않는 과여서 족보가 없었다. 그래서 첫 학기에는 시험장에 들어가서 내가 문제를 읽고 풀 수 있는지 체크해 보고, 오~ 좀 되는 거 같은데 하는 과목은 제출했고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이름과 사인(시험지 첫 장)에 엑스를 치고 문제를 푼 부분도 모두 크게 엑스를 친 후에 나왔다. 그렇게 되면 시험을 포기하는 것으로 간주되므로, 무효처리가 되고 nicht bestanden으로 성적이 나오게 된다. 그다음 Nachklausur를 치거나 새 학기에 다시 등록해서 시험을 다시 쳤다.

종강 후 치는 시험을 1차 시험이라고 칭하고 Nachklausur를 2차 시험이라고 할 때, 교수들은 2차 시험은 공부할 시간이 더 많아 공부를 더 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평균적으로 문제를 더 어렵게 낸다. 그래서 2차 시험에 점수가 더 못 나올 수 있다. 따라서 Nachklausur를 칠 바에 다음학기나 다다음학기의 1차 시험을 등록해서 치는 게 더 나은 선택일 수 있다.

하지만, 시험을 미룬다는 것은 그만큼 뒷 학기에 감당해야 할 시험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고로 무작정 미룬다고 해서 점수를 다 좋게 챙겨갈 순 없다. 몇몇 학과는 특히 초반 몇 학기 이내에 특정 과목을 통과하거나 적정 ECTS를 취득해야 하는 것이 조건인 경우가 있다. 이를 충족하지 않으면, 퇴학 당할래 네가 자진해서 자퇴/전과할래?라는 경고문이 적힌 편지를 받게 된다. NC가 없는 생물/화학과 등이 대체로 500-600명 학생을 한 학기에 입학시켜 놓고, 차근차근 걸러내고 잘라내는 전형적인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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