뷔르츠부르크에서 생활하던 한인 대학생들 대부분은 졸업 후에 다른 큰 도시로 이사하는 경우가 많다. 대학교 생활을 안전하게 하기에는 좋지만, 생활면/일자리면에서 채워지지 못하는 부분들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여 이번에는 뷔르츠부르크 유학생활 장점에 이어 단점을 공유해보려고 한다.
독일 유학 in 뷔르츠부르크(Würzburg) 1탄 - 장점
1. 일자리의 부재
대학 도시로 학생들의 비율이 굉장히 높은 반면에, 안타깝지만 큰 도시가 아닌지라 일자리가 충분하진 않다. 가령, 내 과의 동기들은 모두 다른 다른 도시에서 왔는데 (세미나에서 조사한 결과) 아무도 뷔르츠부르크에 남아서 일하는 사람이 없다.
특히, 미디어를 전공했기에 이와 관련한 큰 회사가 대체로 베를린, 함부르크, 뒤셀도르프 등에 있어 취업을 위해 다 떠나갔다. 비단 미디어뿐만이 아니라 알고 지냈던 한국인 학생 중에 뷔르츠부르크에 남아있는 사람이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는 대학 생활에서 할 수 있는 경험과도 이어진다. 과에 따라 다르겠지만, 가령 화학과/생물학과의 경우 대학병원이나 대학 실험실 내에서 할 수 있는 프락티쿰(Praktikum)/실습 자리가 많기 때문에 학과와 관련된 경험을 쌓는데 어렵지 않다.
그러나 내 학과의 경우, 인턴을 하려면 다른 도시로 몇 달간 이사를 가야 한다든지 어쩌다 한 학기에 1-2자리 나오는 작은 에이전시에 지원해야 하는 등 분야와 관련된 경험을 쌓을 기회가 거의 없었다고 볼 수 있다.
대학 내에서 Studentische und wissenschaftliche Hilfskraft(Hiwi)도 한 명을 뽑으면 거의 졸업할 때까지 쭉 이어서 하거나, 내부 인맥으로 뽑다 보니 (Intern) 눈에 불을 켜지 않으면 거의 못한다고 봐야 했다.
2. 덜 international한 학교 분위기나 수업 방식
경험 상, 영어로 진행하는 수업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학과 수업을 따라가려면 독일어 수준이 상당해야 한다. 적어도 읽기나 듣기라도 돼야 하니 말이다. 내 과의 경우, 타 대학교에 비해 영어 수업이 월등히 적었고 (딱 한 세미나가 영어로 진행되고, 그마저도 토론할 때는 독일어로 진행), 때문에 영어와 마주할 일이 거의 없었다.
문제는 취직하거나 박사 과정을 할 때 독일어보다 영어를 더 중요시하는 곳이 많았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영어를 붙잡지 않으면 0개 국어에 다다르게 된다.
3. 집세 폭등에 반비례하는 주거 상태
지난 몇 년 사이에 집값이 올라도 너무 올랐다. 한정된 돈을 가지고 살아가야하는 학생들에게 가혹하게도 방세가 너무 세다. 기숙사비도 많이 올랐는데 학교 내 기숙사를 이용하려면 최소 6개월에서 길게 1년 이상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기도 하다.
인플레이션이니 뭐니 해서 집값이 많이 오른 것에 비해, 건물 연식들이 대체로 오래되어 방음이나 단열 등은 어느 정도 포기해야하는 부분이다. 구식 난방시스템 때문에 에너지 효율이 좋지 않아 돈이 줄줄 새는 친구들도 여럿 보고 있다. - 이건 독일 전역 문제인 듯. 집을 구하기도 하늘의 별따기다.
큰 도시에서 원룸 하나에 700-800유로이상 이라는 것은 이미 통계상에서 알고 있었던 바이지만, 도. 대. 체 이 작은 도시에서 왜 원룸 방세가 대도시만큼 올라가고 있는지..
4. 석회수
독일에서 생활할 때 석회수, 이놈이 만만치 않게 생활의 질을 좌우한다. 뷔르츠부르크는 석회가 굉장히 심한 동네이기 때문에 물이 닿는 곳이라면 항상 하얗게 석회가 묻어난다. 때문에 샤워장, 주방 기기, 식수 등 물을 사용하는 곳이라면 석회를 어떻게 제거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이사 나갈 때 석회 문제로 집주인이 돈을 청구할 수도 있으니 주기적으로 석회 제거를 해줘야 하며, 주방 기기는 석회로 2-3년 주기로 바꿨다. 뷔르츠부르크에서 살 때, 석회수 때문에 진절머리 났는데 정말 석회수가 아닌 동네에 오니까 너무 편하다.
5. 잦은 데모와 그로 인한 교통마비, 끝나지 않는 공사
독일 전역의 문제인 바로 파업이다. 몇 없는 교통편에 의존해야 하는 뚜벅이 학생인 경우, 버스 10분 거리를 40분에 걸려 가야하는 경우도 자주 발생하고 이곳저곳 끝나지 않는 지지부진한 공사 상황에 교통 경로가 자주 바뀌곤 한다. 대학교 메인 학생식당 건물 공사도 3년 이상이 걸리고도 더 연기됐었으니 말이다.
6. 콧대 높은 바이에른 사람
마이크로 차별을 주민뿐만 아니라 학생들 사이에서도 흔히 겪을 수 있다. 대놓고 하는 차별이나 폭력보다 더 기억에 남고, 본인 스스로를 예민한 사람으로 생각하게끔 만드는 무서운 녀석이다.
바이에른이 경제적으로 잘 살아서 그런 것인지, 전통이 깊다고 생각해서 그런 것인지 모르겠으나 구동독에서 바이에른으로 넘어간 사람들 또한 자주 겪는 문제라고 한다. 켐니츠에서 택시 아저씨와 얘기할 때도 독일인이 인정한 높은 바이에른 자긍심..
7. Franken 사투리
학교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기 때문에 (독일어 표준어를 구사해야하 하는 과이기도 했었고) 프랑켄 지역 사투리를 들을 일이 별로 없었다. 다만, 정육점이나 지역 식당, 시장 같은 곳에 가면 사투리가 간혹 들리기도 하지만 생활할 때 큰 불편함이 있는 것은 아니다.
'Liebling | 독일 일상 > 독일에서 공부하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독일 대학 Blahblah] 독일 대학 시험 및 성적평가 2탄 (0) | 2024.02.12 |
---|---|
독일 박사생 월급, 과연 얼마를 버는 걸까? (0) | 2023.02.02 |
[독일 대학 Blahblah] 독일 유학 생활과 공부, 자존감을 가지되 가랑이 밑을 기어가는 치욕을 견딘 한신(韓信)의 자세가 필요하다 (0) | 2023.01.10 |
독일 대학교재 (E-Book/Article) - MS 워드 텍스트 읽어주기 기능으로 독일어 문장 들으면서 공부하기 (0) | 2022.12.20 |
공부/일할 때 집중 못하는 사람! 뽀모도로 50/10분 공부 습관 만들기 (0) | 2022.12.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