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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ebling | 독일 일상/독일에서 공부하기

[독일 대학 Blahblah] 독일 유학 생활과 공부, 자존감을 가지되 가랑이 밑을 기어가는 치욕을 견딘 한신(韓信)의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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겁도 없이 시작한 유학 생활을 날 것 그대로 마주하면서, 유학 생활을 이어갈 것인지 끊임없이 고민을 한 적이 있다. 이 문제는 직장인이 되었음에도 하는 걸 보면 아마 끝나지 않을 문제인가 보다.

소위 어학 준비 기간이 끝나고 나서 가장 먼저 겪게 되는 것은, ‘아, 어학할 때가 편했구나’, ‘어학 통과한다고 독일어 공부가 끝나는 것은 아니구나'라는 현실 자각이다. 어학 기간을 문제없이 마무리 지었고,  대학도 입학했겠다. 한껏 고개가 빳빳해지고 어깨도 으쓱해지는 그 순간은 대형 강의실에서 100명 혹은 200명 그 이상의 독일인을 만나게 됐을 때,  그리고 독일인 교수님이 입을 막 뗐을 때부터 사라진다. 

독일에서 공부할 때, 무수한 어려움이 있겠지만 크게 두 가지 요인이 독일 유학을 계속해서 끌고 갈 것인지 말 것인지를 결정짓는 듯하다.

첫 번째는 당연히 대학 내에서 강의 내용을 따라갈 수 있는가, 그리고 그것을 바탕으로 구술시험이나 과제를 해낼 수 있는가까지 이어진다.  독일의 NC가 없는 과는 상대적으로 입학이 쉽다. 한국은 입구부터 차단당한다고 하지만, 독일은 그에 비해 입구에서 많은 학생들을 환영해 준다. 다만, 대략 2-3학기 내에 - 과/학교 규정마다 다름 - 그에 적합한 기준을 통과하지 않으면 (모듈 통과나 지정된 시험, ECTS-Punkte 등) 자퇴 권고 메일을 받게 된다. 

두 번째는 심리적인 요인이 크게 작용한다. 학업에 대한 두려움도 있지만, 세미나나 팀프로젝트를 몇 번 하다보면 독일에서 본인이 완벽한 독일어로 자기 생각을 말할 수 없다는 것이 스스로를 비난하고 자책하는 과정을 겪게 된다. 실제 실력이 어떠하든, 대학 입학 자격을 위한 독일어 시험을 통과했든 이와 상관없이 독일인과 경쟁 아닌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을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그들의 방식과 적응하려고 고군분투하다 보면 졸업이다.

매번 이러한 순간을 마주할 때마다, "한국에서 했다면 더 잘했을 텐데"라고 곱씹는 것과 같은 자기 혐오와 무수한 내적 갈등을 겪는다. 아울러 누군가에게 사소한 일로 도움받아야 하는 상황을 맞닥뜨리는 것 또한 일상의 스트레스로 차곡차곡 쌓이는 것도 문제다.

그렇게 2년쯤  지났을까. 20년 전 독일에서 유학생활을 하셨던 분이 내게 한신과 같은 자세로 독일 학생들에게 다가가야 한다고 조언해 주셨다. 아마도 고집 세고 자존심 지키는 내 모습에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셨던 듯하다.

여전히 나는 나의 모습이 누군가에게 100% 완벽하지 않은 외국인의 모습으로 보인다는 것, 실수한다는 것, 이해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 다시 질문해야 한다는 것 등으로 스트레스를 받으며 치열하게 이겨내려고 노력 중이다.

다만, 몇 년 전의 ‘나’와 지금의 ‘나’가 다른 건, 시도조차 하지 않았던 것들에 기꺼이 몸을 던져보는 시도를 해본다는 것이 아닐까 싶다. 이불 킥 한 번해보고 말지!라는 생각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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